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사진=뉴시스
“자유민주 국가에서 자기 몸 써가며 돈 벌겠다는데 왜 정부가 나서서 막나요?”(쿠팡 새벽 배송 기사 A씨)
2025년 12월 11일 고용노동부가 업무보고에서 ‘야간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대책을 밝히자 이재명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쿠팡 때문이잖아요.”
이 대통령은 “이게(야간 노동) 너무 가혹하고, 심야 노동하다 지금 많이 죽는 거 아니냐”고 했다. 이어 쿠팡 배송 기사(개인 사업자 지위)와 쿠팡 간 고용 형태(특수 고용)를 언급하며 “새로운 규제 기법이 필요하다.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심야 노동에 대해 50%를 할증하는 방식,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는 할증을 더 올리는 방식으로”라고 했다.
쿠팡 와우 멤버십, 1500만 명 가입
2025년 11월 기준 스마트폰으로 쿠팡 앱을 한 달에 한 번 이상 켠 사용자는 약 3400만 명이다. 이 중 월 회비(7900원)를 내는 ‘와우 멤버십’ 회원은 2025년 12월 기준 약 1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와우 멤버십 혜택에는 ▲주문 당일 배송 ▲새벽 배송 등이 있다. 새벽 배송은 당일 23시59분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배송받을 수 있다.
정치권 일부와 민노총 택배 노조는 “심야 노동이 근로자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쿠팡 새벽 배송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벽 배송 기사는 돈을 벌기 위해 새벽에도 일하고 싶다는데 정부는 건강을 이유로 새벽 배송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를 두고 2025년 11월 3일 쿠팡CLS 택배 기사 약 1만 명이 소속된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는 심야 배송 제한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응한 2340명 중 93%는 새벽 배송 제한에 반대한다고 했다.
새벽 배송 기사들이 심야 노동을 택한 이유는 ‘주간 (배송) 근무’와 비교할 때 돈을 더 벌 수 있고 근무 환경이 주간보다 나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마다 편차가 있지만 주간 근무 대비 새벽 배송은 약 1.5배를 더 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새벽 배송 기사들이 개인 건강을 소득과 맞바꾸는 양 표현하지만, 당사자들은 “누구도 심야에 배달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개인의 선택일 뿐”이라며 “새벽 배송이 가진 장점도 많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뿐 익숙해지면 문제 될 게 없다. 새벽 배송이 문제라면 병원이나 경찰서도 야간 업무를 금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주문→물류 센터→캠프→배송 기사→고객

쿠팡 배송 기사에게 물품을 운송할 때 활용하는 5t 트럭. 사진=뉴시스
쿠팡은 전국에 물류 센터가 있다. 고객이 물건을 주문하면 ‘센터’에서 지역별 ‘캠프(허브)’로 물건을 운송한다. 센터는 입고·저장·분류·포장·출고 등 전 공정을 수행하는 대규모 물류 창고다. 캠프는 지역별 소규모 중개지로 배송 직전 단계에 집중한다. 캠프에서 배송 구역별로 물건을 분류해 배송 기사에게 전달되면 배송 기사는 이를 분류한 뒤 고객에게 배달한다. 캠프가 담당하는 지역이 넓거나 물량이 많으면 배송 편의를 위해 ‘모바일 캠프(소규모 물류 창고)’를 거친다.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서 물건을 시켰다고 가정해 보자. 이 물건은 경기 고양1 물류 센터에서 출고돼 경기 일산에 있는 ‘일산 캠프(허브)’로 출고된다. 배송 기사는 일산 캠프로 가 물건을 수령하고는 고객에게 배달한다.
캠프가 배송 차량을 모두 수용할 수 없거나 배송지와 캠프 간 거리가 멀 경우 일산 캠프에서 물량 일부를 5t 트럭에 실어 간선(幹線) 상차(上車)해 마포구를 담당하는 모바일 캠프 격인 ‘마포 모바일 캠프(실제로는 없음)’에 내려놓는다. 이후 배송 기사가 물건을 분류해 배송 구역별로 배달한다.
배송 기사는 개인 사업자 신분이다. 쿠팡과 직고용 관계가 아니다. 쿠팡이 ‘배송 구역’을 자체 설정하면 ‘협력 업체(벤더사)’는 쿠팡과 해당 배송 구역에 대한 배송 위탁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협력 업체가 ‘배송 구역’을 할당받아 1년간 배송을 전담하면 쿠팡은 이 업체에 배송비를 지급한다. 동일한 수량을 배송해도 배송 기사마다 수익이 달라질 수 있다. 업체와 배송 기사 간 수수료율·정산 방식 차이 때문이다.
업체는 배송 기사와 협약(계약)을 맺고 배송 구역 배송을 맡긴다. 고용 구조는 쿠팡→벤더사→배송 기사로 이어지는 수직적 하도급 형태지만 법적으로는 책임과 권한이 분리돼 있다. 배송 과정에서 물건을 분실하면 배송 기사가 배상하는 식이다. 이는 직고용을 최소화해 책임을 외부에 두는 쿠팡의 경영 구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쿠팡 전체 인력 중 정직원(계약직 제외)은 전체 종사자 중 10% 수준이다.
쿠팡은 빠른 배송을 위한 효율적인 물류망과 비용 절감, 수익 극대화를 위한 위탁 고용 구조라는 두 핵심 축으로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업체는 쿠팡과 기사 사이에서 ‘방파제’ 역할을 한다.
배송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고객이 쿠팡에 민원을 제기하면 쿠팡은 배달 기사가 아닌 벤더사에 문제 해결을 요구한다. 업체는 이 내용을 배달 기사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업체와 배송 기사 역시 ‘고용’ 관계가 아니므로 지시나 명령을 할 강제성은 없다. 벤더사와 배송 기사는 통상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한다.
미산동 모바일 캠프

유승엽씨가 2회전에서 배달해야 할 물품을 차에 싣고 있다. 유씨는 1t 탑차 대신 스타렉스를 이용한다.
2025년 12월 2일 오후 8시40분. 경기 시흥에 있는 미산동 모바일 캠프를 찾았다. 이날 기온은 영하 12도로 2025년 12월 중 가장 추운 날이었다. 시흥2 캠프는 미산동과 박달동에 모바일 캠프를 두고 있다. 시흥2 캠프에서 물류를 모두 감당할 수 없어 일부를 5t 트럭에 실어 이곳으로 보낸다.
현장에는 유승엽씨가 있었다. 유씨는 쿠팡 배송 협력 업체인 ‘HR그룹’ 소속이다. 새벽 배송과 함께 배송 기사에 대한 일정 관리를 맡고 있다. HR그룹이 시흥2 캠프에서 담당하는 배송 구역은 12개다. 미산 모바일 캠프에는 HR그룹 소속 외에도 업체 4곳에 속한 배송 기사들이 있었다.
새벽 배송 기사는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일한다. 배송을 일찍 마치면 퇴근도 앞당길 수 있다.
유씨에게 ‘밤낮이 바뀌는데 힘들진 않으냐’고 물었다.
“새벽 배송을 한 지 3년째입니다. 이전에는 쿠팡 센터에서 관리자로 일했습니다. 밤낮이 바뀐 지 7~8년이 됐는데 익숙해져서 불편한 건 없어요.”
— 일과가 어떻게 됩니까.
“오전 7시에 일을 마치면 식사하고는 좀 쉬다가 오전 10시쯤 잡니다. 오후 3~4시까지 자다가 일어납니다. 낮에 병원이나 은행에 가야 할 땐 오히려 더 편하게 갈 수 있습니다.”
— 잠이 부족하진 않습니까.
“배송뿐만 아니라 다른 배송 기사들의 근무 일정도 관리하느라 하루 5~6시간 정도 자는데, 부족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필요하면 출근 전에 잠깐 눈을 더 붙이기도 합니다.”
“정작 자기들은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유씨는 시흥2 캠프에서 일하는 HR그룹 소속 새벽 배송 기사 17명을 관리한다. 12명이 매일 배송에 투입되고 5명은 휴무를 갖거나 변수(물류 급증 등)가 생길 시 배송 지원을 한다. HR그룹에 속한 새벽 배송 기사는 주 5일 근무한다.
— 주간 배송과 비교하면 새벽 배송은 어떻습니까.
“주간에서 야간으로 오는 경우는 있어도, 야간 배송하다가 주간으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절대 안 간다’고들 해요.”
— 왜 그렇습니까.
“주간에는 주차 단속부터 엘리베이터 잡기, 반품 회수까지 신경 쓸 게 너무 많거든요. 사람과도 부딪혀야 하고요. 새벽 배송은 이런 게 거의 없습니다.”
— 근무 강도나 소득에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주간 배송 기사들은 오전 9시에 시작해 하루 10~12시간 일합니다. 물량도 새벽 배송에 비해 많죠. 다만 배송 단가는 새벽 배송이 높아요. 월 소득도 새벽 배송이 1.5배가량 더 많죠.”
— 새벽 배송에는 야간 수당도 포함된 셈이군요.
“그렇죠.”
— 새벽 배송을 금지하겠다고 하는데요.
“본인들이 좋아서 하겠다는데 왜 그러는 건지… 정작 자기들은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새벽 배송이 나눠서 오는 이유

모바일 캠프에 도착한 5t 트럭에서 롤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롤테이너에 실은 물건은 배송 구역별로 분류한다.
새벽 배송은 한 배송 구역을 3번 회전한다. ▲1회전 ▲2회전 ▲3회전이라고도 표현한다. 1t 트럭으로는 한 번에 모든 물량을 배송할 수 없기 때문이다. 1회전은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 2회전은 오전 2~4시, 3회전은 오전 4~7시다. 각 회전을 마치면 캠프로 돌아와 다음 회차 물건을 기다린다.
시흥2 캠프(본캠프에 해당)에서 출발한 5t 트럭이 모바일 캠프에 도착하면 롤테이너에서 물건을 배송 구역별로 분류한다. 분류에만 30분쯤 걸린다. 5t 트럭이 1~2회전에는 각 2번, 3회전에는 1번 온다.
이날 오후 9시20분. 시흥2 캠프에서 출발한 5t 트럭이 미산동 모바일 캠프에 도착했다. 트럭에는 가로 80cm, 세로 110cm, 높이 180cm쯤 되는 ‘ㄷ’자 모양인 파란색 ‘롤테이너’가 실려 있었다. 롤테이너에는 회색 비닐에 포장된 제품부터 종이상자 등 다양한 크기의 물건이 있었다.
배송을 위해선 롤테이너에 담긴 물건을 분류해 스캐너로 찍은 뒤, 차에 실어야 한다. 운송장에는 ▲611A 01 ▲611B 02 ▲611C 04 ▲611D 01과 같은 표시가 있었다. 숫자 ‘611’은 배송 구역을 뜻한다. 통상 배송 난이도와 가구 수를 고려해 배송 구역을 설정한다. 611 배송 구역은 다시 알파벳으로 세분된다.
유씨는 이날 611A, 611B를 맡았다. 쿠팡에선 배송 강도를 조정하기 위해 아파트 단지와 빌라 밀집지를 적절하게 섞는다고 한다. 알파벳 뒤에 붙는 숫자(01~04)는 해당 구역을 더욱 세분화하기 위해 붙인다.
611A·B 배송 구역에 하루 평균 300개를 배송했는데,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 배송량이 500개로 늘면 어떻게 될까. 200개를 추가로 배달해 수입을 늘리거나 업체에 요청해 추가 배송 기사를 배정받는 방식으로 해결하면 된다. 이 때문에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큰 무리 없이 일할 수 있다고 한다.
배송장에 적힌 알파벳의 비밀

1회전 분류에서 따로 빼놓은 물건들이다. 배송 기사들은 운송장을 보고는 여러 번 시키는 집을 한데 모아 2~3회전 때 배송한다.
5t 트럭에서 내린 롤테이너에는 611A~D가 적혀 있었다. C~D는 이날 다른 배송 기사가 담당했다. 일반적으로 1~2회전에선 5t 트럭이 두 번 입차해 롤테이너를 내린다. 3회전에는 배송 물량이 줄어들어 한 번만 입차한다.
1회전 첫 번째 롤테이너에서 ‘611A·B’에 배달할 물건은 39개, 배송지는 34곳이었다. 누군가는 한 번에 2개 이상 주문했다는 의미다.
쿠팡 배송 기사들은 아파트가 아닌 지역을 ‘지번’이라고 표현한다. 통상 지번이 많은 배달 구역이 힘들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가 많기 때문이다. 골목길에 있는 4층 이하 빌라를 ‘생 지번’, 접근성이 좋지 않거나 엘리베이터가 없어 6층까지 올라가야 하는 곳은 ‘똥 지번’이라고 한다.
유씨는 물건을 일일이 스캔하며 차에 실었다. 다른 기사들과 달리 그는 스타렉스로 배송했다. 스캔하면서 일부는 뒤로 빼놓기도 했다.
— 저 물건은 왜 안 싣는 겁니까.
“또 시켰을 확률이 높은 집은 미리 빼놓았다가 2회전이나 3회전 때 함께 배달합니다.”
— 2회전, 3회전 때 또 나올지는 어떻게 압니까.
“하다 보면 알게 됩니다. 한 번 주문할 때 여러 개를 시키는 집은 주소가 눈에 익죠.”
쿠팡 새벽 배송은 23시59분까지만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물건이 배송된다. 1회전에 35%, 2회전에 45%, 3회전에 20%를 소화한다. 1~2회전에 최대한 배송을 많이 해야 3회전을 수월하게 마치고 퇴근도 일찍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1~2회전이 아닌 3회전에 물건을 몰아서 배송하면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오전 7시 이전에만 배송하면 되므로 상황을 봐가며 물건을 뒤로 빼놓는다. 일머리가 필요하다.
일산 센터가 관할인 지역에서 주문했으나 일산에 해당 제품이 없으면 부천이나 여주 센터에서 물건을 가져와야 한다. 이 때문에 한 번에 같은 제품을 여러 개 주문했을 때 실제 배송 시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날은 피크데이였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탓인지 평소보단 물량이 적었다. 유씨의 설명이다.
“매달 1~10일, 요일로는 화요일이 바쁩니다. 오늘은 둘 다 겹쳤으니까, 가장 바쁜 날이죠. 월초가 바쁜 이유는 카드값 때문에 소비를 줄였다가 달이 바뀌어 다시 소비를 늘리기 때문입니다.”
오후 10시15분. 75가구에 배송할 물품 105개를 차에 실었다. 가구당 1.3개꼴이다(주간은 1.5개). 모바일 캠프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지번’, 주택가에 도착했다. 유씨는 머리에 랜턴을 쓰고는 1회전 배송을 시작했다. 랜턴이 두 개였는데 충전해 가며 번갈아 썼다.
“20kg이나 20g이나 값은 같아”

유승엽씨가 배송한 두루마리 휴지. 가장 기억에 남는 배송이었다고 했다. 사진=유승엽씨
배송 기사는 시간당 배송 목표치가 있다. 지번은 30~35개, 아파트는 40~50개다. 뛰거나 무리하지 않아도 할 수 있다. 2시간 반가량 배송을 한 뒤 2회전을 준비하기 위해 모바일 캠프로 돌아왔다.
— 배송 동선은 쿠팡이 알려줍니까.
“자신에게 맞는 경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쿠팡이 제공하는 건 배송지를 알려주는 지도 앱인데, 이 앱만 있으면 처음 배달하는 이들도 쉽게 건물 출입구를 찾을 수 있습니다.”
— 무게나 부피에 따라 배송 단가가 달라집니까.
“20kg짜리나 20g이나 값은 똑같습니다.”
— 불합리한 거 아닙니까.
“쿠팡에선 ‘무거운 짐도 있지만 가벼운 짐도 있다’고 보며 단가를 통일한 거죠.”
쿠팡 배송 기사들 사이에서는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걸 ‘똥 짐’이라고 부른다. 소매점이나 음식점에서 주문해 수량이 많은 제품은 ‘몰(mall) 짐’이라고 한다. 유씨가 한 번에 가장 많이 나른 물량은 30개 두루마리 휴지팩 70개였다.
— 배송 비결이 있습니까.
“같은 집에 여러 번 가는 걸 줄여야죠. 쿠팡 신선 식품은 최소 금액(1만5900원)을 넘겨야 주문할 수 있습니다. 신선 식품은 ‘프백(프레시백, 보냉백)’에 담아 배송하는데, 플백을 들었을 때 너무 가볍거나 배송지가 4층 이상이면 일단 뒤로 빼놓고는 2~3회전때 배송합니다. 거의 매일 주문하다시피 하는 집은 막판에 몰아서 배송합니다.”
— 매일 시키는 집은 얼마나 됩니까.
“거의 매일 시키는 집은 전체로 치면 10가구 중 2~3곳쯤 됩니다. 이 중 50~60%는 하루에 2건 이상 주문합니다. 롤테이너에서 분류하며 ‘이 집은 분명 하루에 한 개만 주문할 집이 아닌데…’ 싶으면 또 뒤로 빼놓죠.”
10가구 중 1곳은 하루 3차례 배송
다음 회전에 또 나올 줄 알면서도 각 회전에서 배달하는 이도 있다. 개인 차인데 하룻밤 사이에 한 배송지에 3번 배달 가는 일도 생긴다. 하루에 3번 모두 새벽 배송 가는 비율은 그날 배송 물량 중 10%쯤 된다. 500개를 배송하면, 이 중 50개는 3번 모두 같은 집에서 시킨 물건이다.
쿠팡 배송 기사 중 주간과 야간 비율은 6대 4쯤 된다. 초기 쿠팡 배달 기사들이 새벽 배송은 근무가 힘들 거로 생각하고 처음부터 주간을 택했다고 한다. 주간 배송 단가가 개당 800원이면, 야간은 1000원쯤 된다. 새벽 배송 기사는 주간과 비교할 때 하루에 300건을 배송하고, 한 달에 22일을 근무한다고 치면 한 달에 약 126만원을 더 버는 셈이다.
— 반품 회수는 어떻게 합니까.
“주간 배송 기사가 합니다.”
— 주간 기사는 주차·엘리베이터 문제만 해도 쉽지 않을 텐데요.
“그래서 새벽 배송을 선호하는 기사들이 있는 겁니다.”
— 반품 업무는 어떤 어려움이 있습니까.
“반품을 요청한 물건이 6개인데 5개만 내놓는 경우, A를 반품 요청했는데 B를 내놓는 경우, 기껏 갔더니 반품할 물건을 내놓지 않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반품할 물건은 포장을 일일이 뜯어 반품 신청한 물건과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종종 고객에게 전화도 해야 하는데, 고객 기분이 안 좋으면 기사에게 화풀이도 해요. 감정 노동까지 겹치니 어렵죠. 쌀 10kg을 시켜놓고는 거의 다 먹고 반품하는 일도 있어요.”
— 누구나 주야간 배송 기사를 할 수 있습니까.
“1t 탑차와 화물운송종사자자격증만 있으면 됩니다.”
부부가 함께하면 월 1000만원 이상 벌어
택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2024년까지만 해도 택배업에 대한 수요가 높지 않았다. 경기(景氣) 침체로 지금은 대기자까지 있다고 했다. 처음 시작하는 새벽 배송 기사도 월 550만~600만원은 벌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떼면 월 순수입만 450만원 수준이다. 차량 구매 할부금이 가장 많이 빠져나간다.
부부가 2인 1조를 하거나 각자 새벽 배송을 하는 사례도 있다. 1인 1조로 움직이면 수입이 더 높다고 한다. 2인 1조는 운전자가 배송 시작 점에 물건을 내려주면 다른 한 명이 내려 배송을 시작하고 운전자는 다시 끝으로 가 배송하며 가운데서 만나는 식이다. 또 여성이라고 쉬운 배송 구역을 배정하는 건 아니다.
— 적응하는 데는 얼마나 걸립니까.
“보름 정도 하면 배송 체계가 이해되고, 석 달쯤 하면 완벽히 적응합니다.”
— 야밤에 여기저기 걷고 뛰다 보면 골병이 들 것 같은데요.
“아니죠. 오히려 건강해지죠. 운동하면서 돈도 버는 셈인데, 적응만 하면 괜찮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신입 배송 기사를 10여 명쯤 교육했어요. 처음 시작하면 어디가 아픈지를 알려줍니다. 맨 처음에는 왼쪽 무릎이 아파요. 계단을 오를 때 몸을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잖아요. 한두 달 하면 이젠 아픈 무릎 때문에 오른쪽에 힘을 줘서 오른쪽 종아리와 허벅지가 아픕니다. 3개월쯤 지나면 아픈 데가 사라집니다. 계단을 오를 때는 왼손으로 난간을 잡고 잡아당기며 두 칸씩 오릅니다. 대신 내려갈 땐 다칠 수 있으니 한 칸씩 종종걸음으로 내려와요.”
유씨는 하루에 1만5000보에서 2만 보 사이를 걷는다. 많이 걷는 기사는 3만 보 이상 기록하기도 한다.
— 자신이 원하는 배송 구역을 배송 기사들이 선택할 수도 있나요.
“배송 물량이 많이 나오거나 동선이 좋은 곳은 이미 먼저 시작한 분이 차지하고 있죠. 처음 쿠팡 배송 기사를 시작하면 지번이 많은 동네를 배정받아요. 그래도 열심히 하면 700만~800만원은 벌죠. 괜찮은 배송 구역이 나오면 차례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
지번이 많아 배송이 쉽지 않거나 물량이 많지 않은 배송 구역임에도 신규 아파트 단지 건설이 예정된 곳은 인기가 있다. 조금만 버티면 수익을 더 올릴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신규 아파트 덕에 물량 두 배로
시흥 캠프에서 일하는 새벽 배송 기사 D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 배송량이 150~200개였다. 애초 기대보다 수입이 적어 아쉬웠는데 자신이 담당하는 배송 구역에 아파트가 들어서자, 최근에는 물량이 450개로 늘었다. 수입도 2배 이상이 됐다. 혼자서 감당할 수 없을 땐 배송 지원을 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신규 아파트 입주를 기대하고 지번이 많은 배송 구역에서 적은 물량을 배송하며 버티는 기사도 있다.
기자가 찾은 시흥 미산동 일대는 지번이 70%, 아파트가 30%를 차지한다.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아파트가 많다. 이 때문에 쉽지 않은 배송 구역이다. 유씨는 중간중간 배송 기사들의 배송 현황도 관리했다.
— 일반 택배와 쿠팡 배송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쿠팡은 배송(주간은 반품 회수도 담당)만 하면 된다는 점입니다. 일반 택배사는 집화(集貨)도 합니다. 택배 업체가 개별 업체와 계약해 대량으로 물건을 나르죠. 여기서 수익이 크게 납니다. 택배비가 건당 3500원이라고 치면, 집화에서 800원, 배송에서 800원을 버는 식이죠. 개별 업체는 집화 단가를 최대한 낮추려고 드니 일반 택배사 입장에선 기존 물량을 지키고 신규 업체를 확보하기 위해 이른바 ‘영업’도 해야 하죠.”
오후 10시 반쯤 시작해 2시간 반 동안 30번가량 운전석을 오르내리며 1회전을 치른 뒤 모바일 캠프로 돌아왔다. 이미 1회전을 마친 다른 새벽 배송 기사도 있었다. 모바일 캠프에는 유씨와 다른 협력 업체 소속 기사들도 있다. 하지만 각자 맡은 구역만 처리하기에 경쟁 관계는 아니다.
2회전은 1회전보다 많았다. 이날 시흥2 캠프에서만 1회전에 1만2000개, 2회전에 1만7000개의 물량이 나왔다. 5t 트럭이 싣고 온 롤테이너를 가져와 스캔을 찍으며 분류했다. 한눈에 봐도 어렵거나 힘들 건 없었다. 다만 배송할 물건을 분류하고 배송을 위해 차에서 오르내리는 게 귀찮을 것만 같았다.
2회전(109가구)에선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배달했다. 아파트는 배송하기 쉽겠다고들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지번을 선호하는 기사도 있다. 그 이유는 엘리베이터 때문이다.
배송 시간, 1개 라인당 5분

택배 배송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1t 트럭. 사진=뉴시스
아파트 배송은 20층을 기준으로 1개 라인(line, 승강로)당 5분을 잡는다. 엘리베이터가 꼭대기 층에 있으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데도 시간을 써야 한다. 중간에 입주민이라도 타면 배송 시간은 늘어진다. 아파트는 구조상 1개 라인에 물건 1개를 배송하는 것과 10개를 배송하는 것에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1개 라인에 한 집만 배송해도 4분이 걸립니다. 열 집을 배달하는 데는 6분쯤 걸려요. 엘리베이터가 열리면 물건을 문 앞에 두고는 배송 완료를 알리는 사진을 찍습니다. 그동안 서서히 엘리베이터 문이 닫힙니다. 층은 정면에 있는 버튼 대신 왼편 장애인용을 누릅니다. 장애인용은 문이 닫히는 데까지 2~3초가량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죠.”
배송 기사들은 엘리베이터에 타면 층을 누르기 전에 닫힘 버튼부터 누른다. 1초라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다. 이 1초가 100번 모이면 1분30초가량을 줄일 수 있다.
구축과 신축 아파트 중 신축이 배송 물량은 더 많다. 한 달에 1회 이상 주문하는 가구는 10가구당 3곳쯤 된다. 아파트를 기준으로 10곳 중 8곳은 한 번 이상 새벽 배송을 시킨다.
유씨는 오전 3시 반쯤 2회전 배송을 다 마치지도 않고 모바일 캠프로 복귀했다. 3회전에 배송할 물량을 좀 더 일찍 받기 위해서였다. 3회전에 도착한 물건을 확인하니 1회전, 2회전 때 빼놓은 택배와 겹치는 배송지로 갈 물건들이 나타났다.
아파트는 엘리베이터가 변수
새벽 배송 기사들은 3회전에서 개인 선호에 따라 지번을 먼저 끝낼지, 아파트를 먼저 할지 결정한다. 1500가구 아파트 단지를 기준으로 새벽 배송 400개가 이뤄진다. 유씨는 엘리베이터 때문에 아파트부터 배송을 시작한다.
“주민과 마주하는 시간을 피하기 위함이죠. 오전 7시가 다가올수록 출근하는 분이 많아집니다. 이 때문에 2회전 도중에 캠프로 들어가서 마지막 물량을 싣고 나온 겁니다.”
라인 배송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가는데 몇몇층에서 주민이 탔다. 이들은 공통으로 표정이 좋지 않았다. 배송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멈춰야 했고, 자신은 그만큼 기다렸기 때문이다.
내려가는 길에 주민을 만나면 그나마 좀 낫다. 눈총 한 번 맞으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1층에서부터 주민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는 경우다. 이럴 땐 주민이 가고자 하는 층을 먼저 간 뒤에 배달할 층을 누른다. 유씨는 이렇게 말했다.
“하루는 주간 배송에 지원한 적이 있어요. 주민 여러 명이 엘리베이터에 타는 바람에 제가 눌렀던 층을 다 취소하고는 가만히 서서 한참 동안 기다렸죠. 나중에는 영 안 되겠다 싶어 꼭대기 층으로 물건을 모두 올린 다음에 계단으로 이동하며 배송했습니다.”
일부 아파트 단지는 경비원이 주차를 이유로 ‘갑질’을 한다. 차가 다니지 않아 잠시 댔는데 고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그럼에도 기사들은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고 숙이고 들어간다.
“오전 7시 다가오면 급해져”
아파트 배송을 마친 유씨는 지번으로 이동했다. 오전 5시가 되자 속도를 냈다.
“제가 지금 지번에서 1시간 동안 70개를 배송했습니다. 통상 지번은 쉬엄쉬엄하면 1시간에 35개를 날라요. 속도만 내면 얼마든지 많은 양을 배송할 수 있다는 얘기죠.”
배송 마감 시각(오전 7시)이 다가오면 기사들은 급해진다. 업체에 소속된 배송 기사들은 남은 물량을 서로 확인한 후 급할 경우 배송 지원에 나선다. 유씨는 배송 구역별 배송 현황을 파악해 인력을 운용하는 일도 겸한다.
—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종종 실수할 때가 있어요. 101동 601호에 배송해야 하는데, 102동 601호나 102동 501호에 배달하는 식이죠. 실수를 알아차리면 다행인데, 오배송한 사실을 모를 때도 있죠. 몇천원짜리면 괜찮은데, 70만~80만원짜리를 잘못 배달해 행방을 모르면 골치 아프죠. 어떤 기사는 400만원짜리 노트북을 오배송하는 바람에 자비로 물어냈어요. 601호에 배달해야 하는데, 바쁠 때는 501호에 배달하기도 하고, 101동인지, 102동인지, 310동인지 정확히 판단하는 게 힘들어요.”
오배송된 물건을 받아놓고는 자신은 받은 적 없다고 발뺌하는 이들, 실제 물건을 주문해 받아놓고는 모른 척한 뒤 환불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비 오는 날보다는 눈 내리는 날이 배송하기 더 힘들다. 비가 오면 종이상자 젖는 걸로 끝나지만 눈이 오면 눈길에 차가 미끄러져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전 6시20분쯤 되자 배송할 물건 17개(13가정)가 남았다. 하지만 도로 상황은 한두 시간 전과는 달라졌다. 출근 차량 때문에 이동이 이전보다는 원활치 않았다. 가뜩이나 좁은 골목이 막히곤 했다.
“제가 이래서 주간 하다가 새벽 배송으로 바꾼 사람은 있어도, 새벽 배송하다가 주간 배송으로 간 사람은 못 봤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유씨는 오전 6시37분경 256개를 모두 배송했다. 이날 시흥2 캠프에선 1회전 1만2000개, 2회전 1만7000개, 3회전 7000개라는 배송 물량이 나왔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때요? 할 만하지 않나요? 저는 배송 기사들을 관리하는 업무도 겸하기 때문에 물량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에요. 하루에 250개만 날라도 한 달이면 550만~600만원씩 가져갈 수 있습니다. 하루에 20개씩만 더 배달해도 한 달이면 45만원을 더 벌 수 있어요. 부부끼리 하면 월 1000만원은 가져갑니다.”
맡은 물량을 모두 배송하면 곧장 퇴근이다. 대체로 시흥 지역은 6시 반이면 배송이 모두 끝나고 이르면 오전 5시에도 끝난다. 실제 배송 시간은 5시간, 회전별 분류에 각 30분이 소요되니 실제 근무 시간은 6시간 반 수준이다.
새벽 배송을 마치고 기자에게 든 생각은 ‘기자를 그만둔다면 쿠팡 새벽 배송을 해도 좋을 것 같다’ ‘힘들거나 어려울 건 없는데 일머리가 좀 필요해 보인다’ ‘배송할 물건을 스캐너로 찍는 일, 매일 100번 이상 차에 오르내리는 일을 반복하는 건 참으로 귀찮겠다’ 정도였다.
“주 52시간 제한 때문에 쿠팡 택해”
40대 남성 B씨는 새벽 배송을 하기 전에는 중소기업에서 일했다. 특근이나 잔업을 한 덕분에 소득이 400만원 초반대였다. 그런데 52시간 근무시간 제한으로 특근이 사라지고 월급은 300만원으로 줄었다. 세금을 떼니 실수령액은 270만원 수준이 됐다. 이래선 생활이 어렵겠다고 생각해 새벽 배송 기사를 택했고, 지금은 세전 600만원, 차량 할부금 등을 내고 나면 순수입으로 500만원을 가져간다.
새벽 배송 기사 C씨는 이렇게 말했다.
“힘든 건 전혀 없어요. 다만 쿠팡에 건의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물류량이 많아 배송 기사에게 배달할 물건이 전달되는 시점이 점점 늦어진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물건을 분류하는 시간이 지연돼 출차(出車)도 늦어지고 배송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회전마다 정시에 물건이 도착하면 다행이지만 회전마다 20분씩 운송이 지연되면 3회전에 걸쳐 한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실질적인 배송 시간은 5시간인데, 이 중 1시간을 활용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해결책은 새벽 배송 주문 마감 시각을 오후 11시59분이 아닌 오후 9시59분까지로 제한해 이른바 3회전을 시작하는 시각을 앞당기는 방식이다. 오후 10시 이전으로 앞당기면 2~3회전 물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이는 결국 업무 강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또 쿠팡에서 분류 인력을 추가 배치해 배송 기사에게 물건을 정시에 인도하는 방법이다. 이 점만 개선하면 과로사는 있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민노총이 새벽 배송 반대하는 이유

좌파 성향인 한 시민단체가 추석 기간 로켓 배송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왜 민노총과 정치권 일부에서는 새벽 배송을 반대할까. 이를 두고 새벽 배송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쿠팡 노조(쿠팡 정규직 택배 기사)는 “2023년 민노총을 탈퇴한 쿠팡 노조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한다. 쿠팡에서는 유승엽씨처럼 위탁 택배 기사 2만여 명과 정규직 택배 기사 65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정진영 쿠팡 노조 위원장은 “새벽 배송을 없애면 현장 노동자들은 임금 저하와 고용 불안에 시달리게 돼 오히려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다”고 밝혔다.
민노총 등 새벽 배송을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처럼 심야 배송을 금지하고 오전 5시부터 배송을 하면 어떻게 될까.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오전 5시부터 배송하기 위해선 누군가 그 전부터 출근해 일을 시작해야 한다. 새벽 5시부터 배송을 하기 위해선 적어도 2시간 전부터는 일을 하고 있어야 한다.
2025년 11월 28일 쿠팡 노조는 ‘새벽 배송 금지’에 대해 논의하는 회의(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 3차 회의)에 참석하려고 했으나 민노총의 반대로 참석할 수 없었다. 새벽 배송의 당사자들은 배제한 채 사회적 대화를 하겠다는 모순이 지금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https://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nNewsNumb=202601100033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자유민주 국가에서 자기 몸 써가며 돈 벌겠다는데 왜 정부가 나서서 막나요?”(쿠팡 새벽 배송 기사 A씨)
2025년 12월 11일 고용노동부가 업무보고에서 ‘야간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대책을 밝히자 이재명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쿠팡 때문이잖아요.”
이 대통령은 “이게(야간 노동) 너무 가혹하고, 심야 노동하다 지금 많이 죽는 거 아니냐”고 했다. 이어 쿠팡 배송 기사(개인 사업자 지위)와 쿠팡 간 고용 형태(특수 고용)를 언급하며 “새로운 규제 기법이 필요하다.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심야 노동에 대해 50%를 할증하는 방식,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는 할증을 더 올리는 방식으로”라고 했다.
쿠팡 와우 멤버십, 1500만 명 가입
2025년 11월 기준 스마트폰으로 쿠팡 앱을 한 달에 한 번 이상 켠 사용자는 약 3400만 명이다. 이 중 월 회비(7900원)를 내는 ‘와우 멤버십’ 회원은 2025년 12월 기준 약 1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와우 멤버십 혜택에는 ▲주문 당일 배송 ▲새벽 배송 등이 있다. 새벽 배송은 당일 23시59분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배송받을 수 있다.
정치권 일부와 민노총 택배 노조는 “심야 노동이 근로자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쿠팡 새벽 배송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벽 배송 기사는 돈을 벌기 위해 새벽에도 일하고 싶다는데 정부는 건강을 이유로 새벽 배송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를 두고 2025년 11월 3일 쿠팡CLS 택배 기사 약 1만 명이 소속된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는 심야 배송 제한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응한 2340명 중 93%는 새벽 배송 제한에 반대한다고 했다.
새벽 배송 기사들이 심야 노동을 택한 이유는 ‘주간 (배송) 근무’와 비교할 때 돈을 더 벌 수 있고 근무 환경이 주간보다 나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마다 편차가 있지만 주간 근무 대비 새벽 배송은 약 1.5배를 더 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새벽 배송 기사들이 개인 건강을 소득과 맞바꾸는 양 표현하지만, 당사자들은 “누구도 심야에 배달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개인의 선택일 뿐”이라며 “새벽 배송이 가진 장점도 많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뿐 익숙해지면 문제 될 게 없다. 새벽 배송이 문제라면 병원이나 경찰서도 야간 업무를 금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주문→물류 센터→캠프→배송 기사→고객
쿠팡은 전국에 물류 센터가 있다. 고객이 물건을 주문하면 ‘센터’에서 지역별 ‘캠프(허브)’로 물건을 운송한다. 센터는 입고·저장·분류·포장·출고 등 전 공정을 수행하는 대규모 물류 창고다. 캠프는 지역별 소규모 중개지로 배송 직전 단계에 집중한다. 캠프에서 배송 구역별로 물건을 분류해 배송 기사에게 전달되면 배송 기사는 이를 분류한 뒤 고객에게 배달한다. 캠프가 담당하는 지역이 넓거나 물량이 많으면 배송 편의를 위해 ‘모바일 캠프(소규모 물류 창고)’를 거친다.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서 물건을 시켰다고 가정해 보자. 이 물건은 경기 고양1 물류 센터에서 출고돼 경기 일산에 있는 ‘일산 캠프(허브)’로 출고된다. 배송 기사는 일산 캠프로 가 물건을 수령하고는 고객에게 배달한다.
캠프가 배송 차량을 모두 수용할 수 없거나 배송지와 캠프 간 거리가 멀 경우 일산 캠프에서 물량 일부를 5t 트럭에 실어 간선(幹線) 상차(上車)해 마포구를 담당하는 모바일 캠프 격인 ‘마포 모바일 캠프(실제로는 없음)’에 내려놓는다. 이후 배송 기사가 물건을 분류해 배송 구역별로 배달한다.
배송 기사는 개인 사업자 신분이다. 쿠팡과 직고용 관계가 아니다. 쿠팡이 ‘배송 구역’을 자체 설정하면 ‘협력 업체(벤더사)’는 쿠팡과 해당 배송 구역에 대한 배송 위탁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협력 업체가 ‘배송 구역’을 할당받아 1년간 배송을 전담하면 쿠팡은 이 업체에 배송비를 지급한다. 동일한 수량을 배송해도 배송 기사마다 수익이 달라질 수 있다. 업체와 배송 기사 간 수수료율·정산 방식 차이 때문이다.
업체는 배송 기사와 협약(계약)을 맺고 배송 구역 배송을 맡긴다. 고용 구조는 쿠팡→벤더사→배송 기사로 이어지는 수직적 하도급 형태지만 법적으로는 책임과 권한이 분리돼 있다. 배송 과정에서 물건을 분실하면 배송 기사가 배상하는 식이다. 이는 직고용을 최소화해 책임을 외부에 두는 쿠팡의 경영 구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쿠팡 전체 인력 중 정직원(계약직 제외)은 전체 종사자 중 10% 수준이다.
쿠팡은 빠른 배송을 위한 효율적인 물류망과 비용 절감, 수익 극대화를 위한 위탁 고용 구조라는 두 핵심 축으로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업체는 쿠팡과 기사 사이에서 ‘방파제’ 역할을 한다.
배송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고객이 쿠팡에 민원을 제기하면 쿠팡은 배달 기사가 아닌 벤더사에 문제 해결을 요구한다. 업체는 이 내용을 배달 기사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업체와 배송 기사 역시 ‘고용’ 관계가 아니므로 지시나 명령을 할 강제성은 없다. 벤더사와 배송 기사는 통상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한다.
미산동 모바일 캠프
2025년 12월 2일 오후 8시40분. 경기 시흥에 있는 미산동 모바일 캠프를 찾았다. 이날 기온은 영하 12도로 2025년 12월 중 가장 추운 날이었다. 시흥2 캠프는 미산동과 박달동에 모바일 캠프를 두고 있다. 시흥2 캠프에서 물류를 모두 감당할 수 없어 일부를 5t 트럭에 실어 이곳으로 보낸다.
현장에는 유승엽씨가 있었다. 유씨는 쿠팡 배송 협력 업체인 ‘HR그룹’ 소속이다. 새벽 배송과 함께 배송 기사에 대한 일정 관리를 맡고 있다. HR그룹이 시흥2 캠프에서 담당하는 배송 구역은 12개다. 미산 모바일 캠프에는 HR그룹 소속 외에도 업체 4곳에 속한 배송 기사들이 있었다.
새벽 배송 기사는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일한다. 배송을 일찍 마치면 퇴근도 앞당길 수 있다.
유씨에게 ‘밤낮이 바뀌는데 힘들진 않으냐’고 물었다.
“새벽 배송을 한 지 3년째입니다. 이전에는 쿠팡 센터에서 관리자로 일했습니다. 밤낮이 바뀐 지 7~8년이 됐는데 익숙해져서 불편한 건 없어요.”
— 일과가 어떻게 됩니까.
“오전 7시에 일을 마치면 식사하고는 좀 쉬다가 오전 10시쯤 잡니다. 오후 3~4시까지 자다가 일어납니다. 낮에 병원이나 은행에 가야 할 땐 오히려 더 편하게 갈 수 있습니다.”
— 잠이 부족하진 않습니까.
“배송뿐만 아니라 다른 배송 기사들의 근무 일정도 관리하느라 하루 5~6시간 정도 자는데, 부족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필요하면 출근 전에 잠깐 눈을 더 붙이기도 합니다.”
“정작 자기들은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유씨는 시흥2 캠프에서 일하는 HR그룹 소속 새벽 배송 기사 17명을 관리한다. 12명이 매일 배송에 투입되고 5명은 휴무를 갖거나 변수(물류 급증 등)가 생길 시 배송 지원을 한다. HR그룹에 속한 새벽 배송 기사는 주 5일 근무한다.
— 주간 배송과 비교하면 새벽 배송은 어떻습니까.
“주간에서 야간으로 오는 경우는 있어도, 야간 배송하다가 주간으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절대 안 간다’고들 해요.”
— 왜 그렇습니까.
“주간에는 주차 단속부터 엘리베이터 잡기, 반품 회수까지 신경 쓸 게 너무 많거든요. 사람과도 부딪혀야 하고요. 새벽 배송은 이런 게 거의 없습니다.”
— 근무 강도나 소득에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주간 배송 기사들은 오전 9시에 시작해 하루 10~12시간 일합니다. 물량도 새벽 배송에 비해 많죠. 다만 배송 단가는 새벽 배송이 높아요. 월 소득도 새벽 배송이 1.5배가량 더 많죠.”
— 새벽 배송에는 야간 수당도 포함된 셈이군요.
“그렇죠.”
— 새벽 배송을 금지하겠다고 하는데요.
“본인들이 좋아서 하겠다는데 왜 그러는 건지… 정작 자기들은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새벽 배송이 나눠서 오는 이유
새벽 배송은 한 배송 구역을 3번 회전한다. ▲1회전 ▲2회전 ▲3회전이라고도 표현한다. 1t 트럭으로는 한 번에 모든 물량을 배송할 수 없기 때문이다. 1회전은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 2회전은 오전 2~4시, 3회전은 오전 4~7시다. 각 회전을 마치면 캠프로 돌아와 다음 회차 물건을 기다린다.
시흥2 캠프(본캠프에 해당)에서 출발한 5t 트럭이 모바일 캠프에 도착하면 롤테이너에서 물건을 배송 구역별로 분류한다. 분류에만 30분쯤 걸린다. 5t 트럭이 1~2회전에는 각 2번, 3회전에는 1번 온다.
이날 오후 9시20분. 시흥2 캠프에서 출발한 5t 트럭이 미산동 모바일 캠프에 도착했다. 트럭에는 가로 80cm, 세로 110cm, 높이 180cm쯤 되는 ‘ㄷ’자 모양인 파란색 ‘롤테이너’가 실려 있었다. 롤테이너에는 회색 비닐에 포장된 제품부터 종이상자 등 다양한 크기의 물건이 있었다.
배송을 위해선 롤테이너에 담긴 물건을 분류해 스캐너로 찍은 뒤, 차에 실어야 한다. 운송장에는 ▲611A 01 ▲611B 02 ▲611C 04 ▲611D 01과 같은 표시가 있었다. 숫자 ‘611’은 배송 구역을 뜻한다. 통상 배송 난이도와 가구 수를 고려해 배송 구역을 설정한다. 611 배송 구역은 다시 알파벳으로 세분된다.
유씨는 이날 611A, 611B를 맡았다. 쿠팡에선 배송 강도를 조정하기 위해 아파트 단지와 빌라 밀집지를 적절하게 섞는다고 한다. 알파벳 뒤에 붙는 숫자(01~04)는 해당 구역을 더욱 세분화하기 위해 붙인다.
611A·B 배송 구역에 하루 평균 300개를 배송했는데,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 배송량이 500개로 늘면 어떻게 될까. 200개를 추가로 배달해 수입을 늘리거나 업체에 요청해 추가 배송 기사를 배정받는 방식으로 해결하면 된다. 이 때문에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큰 무리 없이 일할 수 있다고 한다.
배송장에 적힌 알파벳의 비밀
5t 트럭에서 내린 롤테이너에는 611A~D가 적혀 있었다. C~D는 이날 다른 배송 기사가 담당했다. 일반적으로 1~2회전에선 5t 트럭이 두 번 입차해 롤테이너를 내린다. 3회전에는 배송 물량이 줄어들어 한 번만 입차한다.
1회전 첫 번째 롤테이너에서 ‘611A·B’에 배달할 물건은 39개, 배송지는 34곳이었다. 누군가는 한 번에 2개 이상 주문했다는 의미다.
쿠팡 배송 기사들은 아파트가 아닌 지역을 ‘지번’이라고 표현한다. 통상 지번이 많은 배달 구역이 힘들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가 많기 때문이다. 골목길에 있는 4층 이하 빌라를 ‘생 지번’, 접근성이 좋지 않거나 엘리베이터가 없어 6층까지 올라가야 하는 곳은 ‘똥 지번’이라고 한다.
유씨는 물건을 일일이 스캔하며 차에 실었다. 다른 기사들과 달리 그는 스타렉스로 배송했다. 스캔하면서 일부는 뒤로 빼놓기도 했다.
— 저 물건은 왜 안 싣는 겁니까.
“또 시켰을 확률이 높은 집은 미리 빼놓았다가 2회전이나 3회전 때 함께 배달합니다.”
— 2회전, 3회전 때 또 나올지는 어떻게 압니까.
“하다 보면 알게 됩니다. 한 번 주문할 때 여러 개를 시키는 집은 주소가 눈에 익죠.”
쿠팡 새벽 배송은 23시59분까지만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물건이 배송된다. 1회전에 35%, 2회전에 45%, 3회전에 20%를 소화한다. 1~2회전에 최대한 배송을 많이 해야 3회전을 수월하게 마치고 퇴근도 일찍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1~2회전이 아닌 3회전에 물건을 몰아서 배송하면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오전 7시 이전에만 배송하면 되므로 상황을 봐가며 물건을 뒤로 빼놓는다. 일머리가 필요하다.
일산 센터가 관할인 지역에서 주문했으나 일산에 해당 제품이 없으면 부천이나 여주 센터에서 물건을 가져와야 한다. 이 때문에 한 번에 같은 제품을 여러 개 주문했을 때 실제 배송 시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날은 피크데이였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탓인지 평소보단 물량이 적었다. 유씨의 설명이다.
“매달 1~10일, 요일로는 화요일이 바쁩니다. 오늘은 둘 다 겹쳤으니까, 가장 바쁜 날이죠. 월초가 바쁜 이유는 카드값 때문에 소비를 줄였다가 달이 바뀌어 다시 소비를 늘리기 때문입니다.”
오후 10시15분. 75가구에 배송할 물품 105개를 차에 실었다. 가구당 1.3개꼴이다(주간은 1.5개). 모바일 캠프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지번’, 주택가에 도착했다. 유씨는 머리에 랜턴을 쓰고는 1회전 배송을 시작했다. 랜턴이 두 개였는데 충전해 가며 번갈아 썼다.
“20kg이나 20g이나 값은 같아”
배송 기사는 시간당 배송 목표치가 있다. 지번은 30~35개, 아파트는 40~50개다. 뛰거나 무리하지 않아도 할 수 있다. 2시간 반가량 배송을 한 뒤 2회전을 준비하기 위해 모바일 캠프로 돌아왔다.
— 배송 동선은 쿠팡이 알려줍니까.
“자신에게 맞는 경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쿠팡이 제공하는 건 배송지를 알려주는 지도 앱인데, 이 앱만 있으면 처음 배달하는 이들도 쉽게 건물 출입구를 찾을 수 있습니다.”
— 무게나 부피에 따라 배송 단가가 달라집니까.
“20kg짜리나 20g이나 값은 똑같습니다.”
— 불합리한 거 아닙니까.
“쿠팡에선 ‘무거운 짐도 있지만 가벼운 짐도 있다’고 보며 단가를 통일한 거죠.”
쿠팡 배송 기사들 사이에서는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걸 ‘똥 짐’이라고 부른다. 소매점이나 음식점에서 주문해 수량이 많은 제품은 ‘몰(mall) 짐’이라고 한다. 유씨가 한 번에 가장 많이 나른 물량은 30개 두루마리 휴지팩 70개였다.
— 배송 비결이 있습니까.
“같은 집에 여러 번 가는 걸 줄여야죠. 쿠팡 신선 식품은 최소 금액(1만5900원)을 넘겨야 주문할 수 있습니다. 신선 식품은 ‘프백(프레시백, 보냉백)’에 담아 배송하는데, 플백을 들었을 때 너무 가볍거나 배송지가 4층 이상이면 일단 뒤로 빼놓고는 2~3회전때 배송합니다. 거의 매일 주문하다시피 하는 집은 막판에 몰아서 배송합니다.”
— 매일 시키는 집은 얼마나 됩니까.
“거의 매일 시키는 집은 전체로 치면 10가구 중 2~3곳쯤 됩니다. 이 중 50~60%는 하루에 2건 이상 주문합니다. 롤테이너에서 분류하며 ‘이 집은 분명 하루에 한 개만 주문할 집이 아닌데…’ 싶으면 또 뒤로 빼놓죠.”
10가구 중 1곳은 하루 3차례 배송
다음 회전에 또 나올 줄 알면서도 각 회전에서 배달하는 이도 있다. 개인 차인데 하룻밤 사이에 한 배송지에 3번 배달 가는 일도 생긴다. 하루에 3번 모두 새벽 배송 가는 비율은 그날 배송 물량 중 10%쯤 된다. 500개를 배송하면, 이 중 50개는 3번 모두 같은 집에서 시킨 물건이다.
쿠팡 배송 기사 중 주간과 야간 비율은 6대 4쯤 된다. 초기 쿠팡 배달 기사들이 새벽 배송은 근무가 힘들 거로 생각하고 처음부터 주간을 택했다고 한다. 주간 배송 단가가 개당 800원이면, 야간은 1000원쯤 된다. 새벽 배송 기사는 주간과 비교할 때 하루에 300건을 배송하고, 한 달에 22일을 근무한다고 치면 한 달에 약 126만원을 더 버는 셈이다.
— 반품 회수는 어떻게 합니까.
“주간 배송 기사가 합니다.”
— 주간 기사는 주차·엘리베이터 문제만 해도 쉽지 않을 텐데요.
“그래서 새벽 배송을 선호하는 기사들이 있는 겁니다.”
— 반품 업무는 어떤 어려움이 있습니까.
“반품을 요청한 물건이 6개인데 5개만 내놓는 경우, A를 반품 요청했는데 B를 내놓는 경우, 기껏 갔더니 반품할 물건을 내놓지 않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반품할 물건은 포장을 일일이 뜯어 반품 신청한 물건과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종종 고객에게 전화도 해야 하는데, 고객 기분이 안 좋으면 기사에게 화풀이도 해요. 감정 노동까지 겹치니 어렵죠. 쌀 10kg을 시켜놓고는 거의 다 먹고 반품하는 일도 있어요.”
— 누구나 주야간 배송 기사를 할 수 있습니까.
“1t 탑차와 화물운송종사자자격증만 있으면 됩니다.”
부부가 함께하면 월 1000만원 이상 벌어
택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2024년까지만 해도 택배업에 대한 수요가 높지 않았다. 경기(景氣) 침체로 지금은 대기자까지 있다고 했다. 처음 시작하는 새벽 배송 기사도 월 550만~600만원은 벌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떼면 월 순수입만 450만원 수준이다. 차량 구매 할부금이 가장 많이 빠져나간다.
부부가 2인 1조를 하거나 각자 새벽 배송을 하는 사례도 있다. 1인 1조로 움직이면 수입이 더 높다고 한다. 2인 1조는 운전자가 배송 시작 점에 물건을 내려주면 다른 한 명이 내려 배송을 시작하고 운전자는 다시 끝으로 가 배송하며 가운데서 만나는 식이다. 또 여성이라고 쉬운 배송 구역을 배정하는 건 아니다.
— 적응하는 데는 얼마나 걸립니까.
“보름 정도 하면 배송 체계가 이해되고, 석 달쯤 하면 완벽히 적응합니다.”
— 야밤에 여기저기 걷고 뛰다 보면 골병이 들 것 같은데요.
“아니죠. 오히려 건강해지죠. 운동하면서 돈도 버는 셈인데, 적응만 하면 괜찮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신입 배송 기사를 10여 명쯤 교육했어요. 처음 시작하면 어디가 아픈지를 알려줍니다. 맨 처음에는 왼쪽 무릎이 아파요. 계단을 오를 때 몸을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잖아요. 한두 달 하면 이젠 아픈 무릎 때문에 오른쪽에 힘을 줘서 오른쪽 종아리와 허벅지가 아픕니다. 3개월쯤 지나면 아픈 데가 사라집니다. 계단을 오를 때는 왼손으로 난간을 잡고 잡아당기며 두 칸씩 오릅니다. 대신 내려갈 땐 다칠 수 있으니 한 칸씩 종종걸음으로 내려와요.”
유씨는 하루에 1만5000보에서 2만 보 사이를 걷는다. 많이 걷는 기사는 3만 보 이상 기록하기도 한다.
— 자신이 원하는 배송 구역을 배송 기사들이 선택할 수도 있나요.
“배송 물량이 많이 나오거나 동선이 좋은 곳은 이미 먼저 시작한 분이 차지하고 있죠. 처음 쿠팡 배송 기사를 시작하면 지번이 많은 동네를 배정받아요. 그래도 열심히 하면 700만~800만원은 벌죠. 괜찮은 배송 구역이 나오면 차례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
지번이 많아 배송이 쉽지 않거나 물량이 많지 않은 배송 구역임에도 신규 아파트 단지 건설이 예정된 곳은 인기가 있다. 조금만 버티면 수익을 더 올릴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신규 아파트 덕에 물량 두 배로
시흥 캠프에서 일하는 새벽 배송 기사 D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 배송량이 150~200개였다. 애초 기대보다 수입이 적어 아쉬웠는데 자신이 담당하는 배송 구역에 아파트가 들어서자, 최근에는 물량이 450개로 늘었다. 수입도 2배 이상이 됐다. 혼자서 감당할 수 없을 땐 배송 지원을 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신규 아파트 입주를 기대하고 지번이 많은 배송 구역에서 적은 물량을 배송하며 버티는 기사도 있다.
기자가 찾은 시흥 미산동 일대는 지번이 70%, 아파트가 30%를 차지한다.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아파트가 많다. 이 때문에 쉽지 않은 배송 구역이다. 유씨는 중간중간 배송 기사들의 배송 현황도 관리했다.
— 일반 택배와 쿠팡 배송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쿠팡은 배송(주간은 반품 회수도 담당)만 하면 된다는 점입니다. 일반 택배사는 집화(集貨)도 합니다. 택배 업체가 개별 업체와 계약해 대량으로 물건을 나르죠. 여기서 수익이 크게 납니다. 택배비가 건당 3500원이라고 치면, 집화에서 800원, 배송에서 800원을 버는 식이죠. 개별 업체는 집화 단가를 최대한 낮추려고 드니 일반 택배사 입장에선 기존 물량을 지키고 신규 업체를 확보하기 위해 이른바 ‘영업’도 해야 하죠.”
오후 10시 반쯤 시작해 2시간 반 동안 30번가량 운전석을 오르내리며 1회전을 치른 뒤 모바일 캠프로 돌아왔다. 이미 1회전을 마친 다른 새벽 배송 기사도 있었다. 모바일 캠프에는 유씨와 다른 협력 업체 소속 기사들도 있다. 하지만 각자 맡은 구역만 처리하기에 경쟁 관계는 아니다.
2회전은 1회전보다 많았다. 이날 시흥2 캠프에서만 1회전에 1만2000개, 2회전에 1만7000개의 물량이 나왔다. 5t 트럭이 싣고 온 롤테이너를 가져와 스캔을 찍으며 분류했다. 한눈에 봐도 어렵거나 힘들 건 없었다. 다만 배송할 물건을 분류하고 배송을 위해 차에서 오르내리는 게 귀찮을 것만 같았다.
2회전(109가구)에선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배달했다. 아파트는 배송하기 쉽겠다고들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지번을 선호하는 기사도 있다. 그 이유는 엘리베이터 때문이다.
배송 시간, 1개 라인당 5분
아파트 배송은 20층을 기준으로 1개 라인(line, 승강로)당 5분을 잡는다. 엘리베이터가 꼭대기 층에 있으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데도 시간을 써야 한다. 중간에 입주민이라도 타면 배송 시간은 늘어진다. 아파트는 구조상 1개 라인에 물건 1개를 배송하는 것과 10개를 배송하는 것에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1개 라인에 한 집만 배송해도 4분이 걸립니다. 열 집을 배달하는 데는 6분쯤 걸려요. 엘리베이터가 열리면 물건을 문 앞에 두고는 배송 완료를 알리는 사진을 찍습니다. 그동안 서서히 엘리베이터 문이 닫힙니다. 층은 정면에 있는 버튼 대신 왼편 장애인용을 누릅니다. 장애인용은 문이 닫히는 데까지 2~3초가량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죠.”
배송 기사들은 엘리베이터에 타면 층을 누르기 전에 닫힘 버튼부터 누른다. 1초라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다. 이 1초가 100번 모이면 1분30초가량을 줄일 수 있다.
구축과 신축 아파트 중 신축이 배송 물량은 더 많다. 한 달에 1회 이상 주문하는 가구는 10가구당 3곳쯤 된다. 아파트를 기준으로 10곳 중 8곳은 한 번 이상 새벽 배송을 시킨다.
유씨는 오전 3시 반쯤 2회전 배송을 다 마치지도 않고 모바일 캠프로 복귀했다. 3회전에 배송할 물량을 좀 더 일찍 받기 위해서였다. 3회전에 도착한 물건을 확인하니 1회전, 2회전 때 빼놓은 택배와 겹치는 배송지로 갈 물건들이 나타났다.
아파트는 엘리베이터가 변수
새벽 배송 기사들은 3회전에서 개인 선호에 따라 지번을 먼저 끝낼지, 아파트를 먼저 할지 결정한다. 1500가구 아파트 단지를 기준으로 새벽 배송 400개가 이뤄진다. 유씨는 엘리베이터 때문에 아파트부터 배송을 시작한다.
“주민과 마주하는 시간을 피하기 위함이죠. 오전 7시가 다가올수록 출근하는 분이 많아집니다. 이 때문에 2회전 도중에 캠프로 들어가서 마지막 물량을 싣고 나온 겁니다.”
라인 배송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가는데 몇몇층에서 주민이 탔다. 이들은 공통으로 표정이 좋지 않았다. 배송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멈춰야 했고, 자신은 그만큼 기다렸기 때문이다.
내려가는 길에 주민을 만나면 그나마 좀 낫다. 눈총 한 번 맞으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1층에서부터 주민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는 경우다. 이럴 땐 주민이 가고자 하는 층을 먼저 간 뒤에 배달할 층을 누른다. 유씨는 이렇게 말했다.
“하루는 주간 배송에 지원한 적이 있어요. 주민 여러 명이 엘리베이터에 타는 바람에 제가 눌렀던 층을 다 취소하고는 가만히 서서 한참 동안 기다렸죠. 나중에는 영 안 되겠다 싶어 꼭대기 층으로 물건을 모두 올린 다음에 계단으로 이동하며 배송했습니다.”
일부 아파트 단지는 경비원이 주차를 이유로 ‘갑질’을 한다. 차가 다니지 않아 잠시 댔는데 고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그럼에도 기사들은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고 숙이고 들어간다.
“오전 7시 다가오면 급해져”
아파트 배송을 마친 유씨는 지번으로 이동했다. 오전 5시가 되자 속도를 냈다.
“제가 지금 지번에서 1시간 동안 70개를 배송했습니다. 통상 지번은 쉬엄쉬엄하면 1시간에 35개를 날라요. 속도만 내면 얼마든지 많은 양을 배송할 수 있다는 얘기죠.”
배송 마감 시각(오전 7시)이 다가오면 기사들은 급해진다. 업체에 소속된 배송 기사들은 남은 물량을 서로 확인한 후 급할 경우 배송 지원에 나선다. 유씨는 배송 구역별 배송 현황을 파악해 인력을 운용하는 일도 겸한다.
—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종종 실수할 때가 있어요. 101동 601호에 배송해야 하는데, 102동 601호나 102동 501호에 배달하는 식이죠. 실수를 알아차리면 다행인데, 오배송한 사실을 모를 때도 있죠. 몇천원짜리면 괜찮은데, 70만~80만원짜리를 잘못 배달해 행방을 모르면 골치 아프죠. 어떤 기사는 400만원짜리 노트북을 오배송하는 바람에 자비로 물어냈어요. 601호에 배달해야 하는데, 바쁠 때는 501호에 배달하기도 하고, 101동인지, 102동인지, 310동인지 정확히 판단하는 게 힘들어요.”
오배송된 물건을 받아놓고는 자신은 받은 적 없다고 발뺌하는 이들, 실제 물건을 주문해 받아놓고는 모른 척한 뒤 환불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비 오는 날보다는 눈 내리는 날이 배송하기 더 힘들다. 비가 오면 종이상자 젖는 걸로 끝나지만 눈이 오면 눈길에 차가 미끄러져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전 6시20분쯤 되자 배송할 물건 17개(13가정)가 남았다. 하지만 도로 상황은 한두 시간 전과는 달라졌다. 출근 차량 때문에 이동이 이전보다는 원활치 않았다. 가뜩이나 좁은 골목이 막히곤 했다.
“제가 이래서 주간 하다가 새벽 배송으로 바꾼 사람은 있어도, 새벽 배송하다가 주간 배송으로 간 사람은 못 봤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유씨는 오전 6시37분경 256개를 모두 배송했다. 이날 시흥2 캠프에선 1회전 1만2000개, 2회전 1만7000개, 3회전 7000개라는 배송 물량이 나왔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때요? 할 만하지 않나요? 저는 배송 기사들을 관리하는 업무도 겸하기 때문에 물량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에요. 하루에 250개만 날라도 한 달이면 550만~600만원씩 가져갈 수 있습니다. 하루에 20개씩만 더 배달해도 한 달이면 45만원을 더 벌 수 있어요. 부부끼리 하면 월 1000만원은 가져갑니다.”
맡은 물량을 모두 배송하면 곧장 퇴근이다. 대체로 시흥 지역은 6시 반이면 배송이 모두 끝나고 이르면 오전 5시에도 끝난다. 실제 배송 시간은 5시간, 회전별 분류에 각 30분이 소요되니 실제 근무 시간은 6시간 반 수준이다.
새벽 배송을 마치고 기자에게 든 생각은 ‘기자를 그만둔다면 쿠팡 새벽 배송을 해도 좋을 것 같다’ ‘힘들거나 어려울 건 없는데 일머리가 좀 필요해 보인다’ ‘배송할 물건을 스캐너로 찍는 일, 매일 100번 이상 차에 오르내리는 일을 반복하는 건 참으로 귀찮겠다’ 정도였다.
“주 52시간 제한 때문에 쿠팡 택해”
40대 남성 B씨는 새벽 배송을 하기 전에는 중소기업에서 일했다. 특근이나 잔업을 한 덕분에 소득이 400만원 초반대였다. 그런데 52시간 근무시간 제한으로 특근이 사라지고 월급은 300만원으로 줄었다. 세금을 떼니 실수령액은 270만원 수준이 됐다. 이래선 생활이 어렵겠다고 생각해 새벽 배송 기사를 택했고, 지금은 세전 600만원, 차량 할부금 등을 내고 나면 순수입으로 500만원을 가져간다.
새벽 배송 기사 C씨는 이렇게 말했다.
“힘든 건 전혀 없어요. 다만 쿠팡에 건의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물류량이 많아 배송 기사에게 배달할 물건이 전달되는 시점이 점점 늦어진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물건을 분류하는 시간이 지연돼 출차(出車)도 늦어지고 배송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회전마다 정시에 물건이 도착하면 다행이지만 회전마다 20분씩 운송이 지연되면 3회전에 걸쳐 한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실질적인 배송 시간은 5시간인데, 이 중 1시간을 활용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해결책은 새벽 배송 주문 마감 시각을 오후 11시59분이 아닌 오후 9시59분까지로 제한해 이른바 3회전을 시작하는 시각을 앞당기는 방식이다. 오후 10시 이전으로 앞당기면 2~3회전 물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이는 결국 업무 강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또 쿠팡에서 분류 인력을 추가 배치해 배송 기사에게 물건을 정시에 인도하는 방법이다. 이 점만 개선하면 과로사는 있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민노총이 새벽 배송 반대하는 이유
왜 민노총과 정치권 일부에서는 새벽 배송을 반대할까. 이를 두고 새벽 배송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쿠팡 노조(쿠팡 정규직 택배 기사)는 “2023년 민노총을 탈퇴한 쿠팡 노조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한다. 쿠팡에서는 유승엽씨처럼 위탁 택배 기사 2만여 명과 정규직 택배 기사 65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정진영 쿠팡 노조 위원장은 “새벽 배송을 없애면 현장 노동자들은 임금 저하와 고용 불안에 시달리게 돼 오히려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다”고 밝혔다.
민노총 등 새벽 배송을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처럼 심야 배송을 금지하고 오전 5시부터 배송을 하면 어떻게 될까.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오전 5시부터 배송하기 위해선 누군가 그 전부터 출근해 일을 시작해야 한다. 새벽 5시부터 배송을 하기 위해선 적어도 2시간 전부터는 일을 하고 있어야 한다.
2025년 11월 28일 쿠팡 노조는 ‘새벽 배송 금지’에 대해 논의하는 회의(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 3차 회의)에 참석하려고 했으나 민노총의 반대로 참석할 수 없었다. 새벽 배송의 당사자들은 배제한 채 사회적 대화를 하겠다는 모순이 지금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https://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nNewsNumb=202601100033